||0||0“진주의료원 사태 약자의 삶 살피는 계기돼야” 안명옥 마산교구장
“진주의료원 사태는 단지 병원 하나 문 닫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이번 사태를 겪으며 힘없는 사람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그들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천주교 마산교구장 안명옥(68•프란치스코 하비에르•사진) 주교는 19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천주교 마산교구청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강조했다.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원로인 안 주교는 진주의료원 사태를 중재하려는 시민중재단 대표로서 지난 17일 저녁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과 함께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나 홍 지사로부터 ‘밤을 새워서라도 해결 방안을 찾도록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답을 끌어냈다. 몇몇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반발해 최종 타결은 못했지만, 경남도의회 여야 대표들이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 처리를 두 달 미룬다’는 잠정 합의에 이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가 사회적 현안에 공식적 목소리를 낸 것은 4대강 사업 저지 낙동강 생명평화미사를 집전한 201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1시간 남짓 인터뷰 내내 그의 대답은 차분하고 부드러웠지만, 즉각적이고 명료했다.
안 주교는 “홍 지사가 결심을 바꿔야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반대 이야기도 들어봐야 한다. 힘들더라도 양보할 것은 양보해야 한다”고 홍 지사에게 거듭 당부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 과정도 “너무나 급하게 문제를 처리하려 한다.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폐업을 할지 아니면 회생시킬지 서로의 주장과 논리를 교환하는 절차를 밟은 뒤 결론을 내렸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짚었다.
홍 지사가 진주의료원 노조를 강성•귀족 노조라고 하는 것을 두고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홍 지사가 ‘강성 노조의 해방구’라는 표현까지 하던데 당사자들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수긍하지 않았다. 진주의료원 노조 쪽에도 “순진한 소리를 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폭력이 아닌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남도의회에는 “도의회 여야 대표의 합의를 왜 새누리당 일부 도의원들은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서로에 대한 앙금이 해소되지 않고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섭섭하고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평상심을 되찾아 합의를 수용하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경남도가 누적 부채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려는 것에 안 주교는 “누구나 겉으로는 생명•권리•존엄성 등을 내세우지만, 사실 돈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모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복지정책을 내놨다. 유아교육비, 반값등록금, 어르신 복지연금 등 발전된 복지정책을 구현하는 마당에 지방의료원 적자를 지방의료원만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곤란하다.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태 해결 방안으로 그는 “폐업 찬반 양쪽의 대표와 전문가 집단이 모여 쟁점 사항을 먼저 정리하고 찬반 주장의 근거를 제시하면, 전문가들이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주장인지 검증해서 판정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냈다.
안 주교는 “18일 오후 잠정 합의 소식을 듣고는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도록 결단을 내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 전화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2013년 4월 20일자 한겨례신문